모란24시 사우나탕 /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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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8회 작성일 22-10-05 20:38본문
모란24시 사우나탕
장인수
아침 6시
스님 세 분이 알몸이다
표정이 해맑다
젊은 스님 두 분이 넓은 냉탕에서
푸다닥 개구락지 헤엄을 친다
꽤 넓은 안마탕에서
스님 셋이 온몸을 지진다
용솟음치는 물거품이 민머리를 휘감는다
노스님이
“아유, 좋다! 人生命若水泡空(인생명약수포공)*이로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6만 원짜리 황제마사지도 받는다
황제마사지인지 인생마사지인지 극락마사지인지 모르겠다
기분 최고다
“그렇게 좋으세요?”
젊은 스님이 노스님에게 묻는다
“절간에서는 부처님 때문에 가죽 부대가 대접을 못 받잖아.
여기 오니 냉탕은 애인 같고, 안마탕은 마누라 같고, 황제맛사지는 엄마 같네.”
그 말에 젊은 스님은 깜짝 놀란다
“우리 큰스님 목욕탕에서 파계승이 되셨네요.”
“야, 이눔아. 여기가 해탈이고 극락이다.”
사우나탕이 극락세계란다
* 인생은 물거품처럼 부질없는 것.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0월호
충북 진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03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유리창』 『온순한 뿔』 『교실―소리질러』
『적멸에 앉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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