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의 바닷가 /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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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5회 작성일 22-10-07 14:16본문
새벽 1시의 바닷가
김경수
한 남자가 겨울 저녁에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본다.
어둠이 오고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
바다여, 파도여, 검은 하늘이여, 달이여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절망이 가슴을 파고드는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물비가
모래사장으로 쏟아져 내린다.
바다여, 파도여, 검은 하늘이여, 달이여
수평선에 마음을 걸어두었다가 파도와 대화를 한다.
육신을 벗어버리고 새가 되고 싶다고 한다.
지나온 시간들이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얼굴이 오로지 무서움의 대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더 무서운 미래다.
운명은 우리의 간절한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일어서는 것이 이기는 방법이었다.
파도가 일어서서 남자의 곁으로 와 어깨를 다독여준다.
파도의 이름은 희망이었지만 곧 부서진다.
외롭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려야 했다.
제품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작품이 되고 싶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침묵은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다.
순간을 북처럼 두드리는 바람이 좋다.
찢어진 가슴을 파도 소리가 보수적으로 파고든다.
바다여, 파도여, 검은 하늘이여, 달이여
세상에서 위로를 찾을 수 없을 때 밤바다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픈 마음으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은 시를 쓴다”라고
밤바다가 한 남자의 마음에 글을 쓴다.
서치라이트가 훑고 가는 밤바다 위로 둥근달이 내려왔고
저녁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달을 향해 걸어간다.
흰 눈썹을 단 파도가 몰려오자 파도의 뒤에서
수많은 나뭇잎이 매달린 거대한 나무가 솟아오른다.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도
나뭇잎들이 우수수 바다 위로 떨어져 내린다.
검은 수평선 위 검은 하늘이 열리고 눈 없는 새들이 날아온다.
바닷가 옆 공원의 눈 없는 나목裸木이 한 남자를 측은히 바라본다.
―웹진 《같이가는기분》 2022년 가을호
1957년 대구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시집『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문학ㆍ문예사조 이론서 『알기 쉬운 문예사조와 현대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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