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원을 위하여•서 / 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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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3회 작성일 22-10-16 21:44본문
이 동물원을 위하여•서
엄원태
누가 만든 동물원인지 동물원 하나가 거대한 공중 구조물처럼 도시를 뒤덮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나무와 풀, 꽃들이 쫓겨난 자리에 짐승들이 발호하여, 붉은 아가리로 포효하거나 날카로운 발톱으로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으며 광범위한 백색소음 지대를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짐승이 되는 풍조라, 자신이 어느 훌륭한 조련사에게 길든 줄도 모른다.) 주인이 불분명한 이 동물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상의 집들과 방 안까지 짐승의 누린내를 피운다. 사람들이 모두 짐승이 되어가는 까닭이다. 짐승들 중의 어떤 놈은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초식성에서 잡식성을 거쳐 육식성으로 진화해가기 바쁜 나날이다. 결사의 자유를 부여받아(누구로부터인지는 불분명하다.)거리로 나서고, 부대를 이루기도 한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모두 동물들인가? 이 세상은 동물을 위한 하나의 동물원인가?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짐승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기꺼이 짐승이 되어가는 풍조라 이런 구분이 불분명하다.)그러면 밤낮이여, 다시 끝없이. 이 동물원을 위하여!
*이경록, 「이 植物園을 위하여•序」 (흐름사, 1979)를 오마주하여 변용한 것임.
-계간 《문학동네》 2022년 가을호
1955년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박사)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등
제1회 대구시인협회상, 제22회 금복문화상, 제15회 백석문학상,
제2회 발견문학상, 제1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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