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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의 감각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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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00회 작성일 16-01-28 09:53

본문

 

눈송이의 감각

 

 이혜미

 

 

배관공과 함께한 겨울은 따듯했다.

 

밤이면 벽 너머로 눈들이 자라나고

얼어붙은 나뭇가지를 벽난로에 던져넣으며

나무들이 추운 발가락을 길게 내뻗는 소리를 듣는다.

 

오래된 쇠붙이를 창밖으로 흩어 내버리면

차갑게 물드는 영혼의 팔다리들.

 

버려질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옛 장신구들처럼

희미해지는

겨울의 배관들.

 

너는 내 손목에 귀를 대고

먼 땅에 파묻힌 수관을 불러온다.

 

나는 굳어가는 물방울처럼 이목구비를 잊고

핏줄을 떠올리는 동안 손발이 서서히 꺾여나가고

 

얼어붙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눈물이 필요했다.

 

폭설이 닿는 자리에 회백색의 나무들이 빚어진다.

부러진 손가락을 하나하나 벽난로 속으로 밀어넣으며

우리는 젖은 나무들을 껴안고 타올랐다.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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