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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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정호승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다고
이제는 내 뒷모습이 아름다워졌으리라
뒤돌아보았으나
내 뒷모습은 이미 벽이 되어 있었다
철조망이 쳐진 높은 시멘트 담벼락
금이 가고 구멍이 나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제주 푸른 바닷가 돌담이나
예천 금당실마을 고샅길 돌담은 되지 못하고
개나 사람이나 오줌을 누고 가는
으슥한 골목길
담쟁이조차 자라다 죽은 낙서투성이 담벼락
폭우에 와르르 무너진다
순간 누군가
담벼락에 그려놓은 작은 새 한마리
포르르 날개를 펼치고
골목 끝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나는 내 뒷모습에 가끔 새가 날아왔다고
맑은 새똥을 누고 갈 때가 있었다고
내 뒷모습이 아름다울 때도 있었다고
―정호승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 2022)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외 다수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위안』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동화집 『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기차 이야기』 『비목어』 외 다수
제19회 공초문학상, 제23회 상화시인상
제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제11회 편운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제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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