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곧 환승역이야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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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곧 환승역이야
김선아
대학에 자퇴서를 낸 형이 한강철교를 건널 때 무지개를 봤으면 해.
빙벽 능선에서 남풍을 만나 함께 동행할 만한 기다란 의자가 무지개였으면 해.
다리 넷이 푹푹 빠져드는 늪이어도 심장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 꿈, 틀, 이 형이 든 가방에 들어차 있었으면 해.
형, 곧 환승역이야.
풀린 운동화 끈 다시 조여 맬 굵은 손마디 같은 의자가 그 역에 있었으면 해.
갈아탄 그 지하철 다다음 역쯤에서 의기소침한 형 앞에 빈자리 생겼으면 해.
아니, 지금쯤 형과 무지개가 그 자리를 서로 양보하는 중이었으면 해.
―김선아 시집,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 (서정시학, 2022)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1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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