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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 성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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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22-12-02 20:19

본문


  성영희

 


누군가 엎어 놓은 확성기 같은 탑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엎어진 확성기는 염원을 전달한다


가파른 산길에 무성한 돌탑들

창문 하나 없는 산중 돌탑은 염원의 성이다

저 웅장한 돌탑도

작은 돌멩이 하나가 축대이고 보면

깜깜한 안쪽과 빽빽한 바깥 사이에는

한없이 숙여진 머리들이 앉아

울퉁불퉁한 공덕을 지탱하는 것이다


탑은 무너질 때까지 쌓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많을수록 부족해지는 이상한 욕심은

돌 틈에 끼워 넣어라


멀리서 보면 고작 깔때기나 삼각뿔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쌓아 올리고 날아가는 소실점,

모든 탑은 꼭대기부터 허물어진다지만

사실은 오랜 기원이 머무는 곳이다


저 탑을 밟고 올라가면 날 수 있을까

나의 왕조는

볕 한번 들지 않는 돌탑 뒷면의 이끼로

번성 중이다


계간 문예바다(2022년 가을호)


 

 


충남 태안 출생 

2017년 대전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귀로 산다』등

농어촌문학상,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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