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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머물다 /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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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0회 작성일 22-12-05 16:55

본문

녁이 머물다

 

    박성현

 

바람이 불었네

미세먼지가 씻겨 간 오후

외투에 툭, 떨어진 햇살 한줌 물컹했네

잠시 병()을 내려놓고 걸어 다녔네

시청과 시립미술관이 까닭 없이 멀었네

정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 기우는 서촌에서 부스럼 같은 구름을 보았네

물고기는 허공이 집이라 바닥이 닿지 않는데

나는 바닥 말고는 기댈 곳 없었네

가파르게 바람이 불어왔네

내 몸으로 기우는 저녁이 쓸쓸했네

쓸쓸해서 오래 머물렀네

박성현 시집, 내가 먼저 빙하기 되겠습니다(시인수첩, 2020)




 

1970년 서울 출생 

2009년 중앙일보 등단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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