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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증명서 /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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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22-12-05 17:04

본문

거주 증명서

 

   신지혜  


 

지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침묵으로부터 왔다. 아무리

모질게 아파도 그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찬 겨울 하늘,

춤추며 혼자 발을 내리는 눈송이.

시린 햇빛에 등 기댄,

우두커니 풀밭에 앉아있는 홈리스 고양이.

철조망아래 그림자 떨구고 바알간 발가락으로

잔뜩 철조망 움켜쥔 괭이 갈매기.

내게 안부 묻고 넓은 등 보인 칸나 꽃들.

그들은 모두, 떠나갈 때

자신의 그림자 말끔히 거두어 간다.


누가 내 존재를 갑자기 불심검문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그림자 한 장 꺼내 제시할 것이다.


'이 지구별 거주 증명서 한 장'


나는 시시때때로 쓰러지는 내 그림자 일으켜 세우며

너덜너덜 헤진 그림자 한 벌 다시 꿰매어 입고

마지막 안간힘 쓰기도 하였다.


내 그림자는 단 한 벌뿐이다.

내 육신으로 만든 단 하나의 인장이며,

이 지구별 유일무이 거주증명서인 것이다.

계간 리토피아2010년 가을호




 

 

서울 출생

2000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2002년《현대시학등단

시집 밑줄토네이도 등 

3회 <재외동포문학상시부문 대상 수상 

제3회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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