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에스테틱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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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3회 작성일 23-01-02 12:40본문
니르바나 에스테틱
김언희
이미 일상에서는 글렀으니, 나라는 구조물을 한번 털어보는 수밖에 없겠구려. 아무려면 인간이 기호품 하나 없이 살기야 하겠소. 제 아무리 5분 안에 버릴 수 있는 것만 가지고 사는 인간이라 해도 말이오. 5분 안에 버릴 수 있는 것의 목록에는 목숨도 포함된다는 걸 최근에는 몸소 증명해 보이기까지 했잖소. 졸지에 두개골을 연탄재처럼 깨부숴가며, 그랬소, 선생. 이 우주에 5분 안에 버릴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소. 5분도 길었소. 그저 찰나면, 충분했소, 선생.
아무려나, 5분 안에 버릴 수 있는 잡동사니들의 갈피를 들쑤셔봅시다. 기호품이라 부를 만한 뭔가가 나올 때까지. 기왕이면 시인다운 기호품으로. 기호품이란 게 결국은 비언어적 존재 증명 아니오. 기호야말로 그 인간이라 했으니, 기왕이면 있어 보이는 것으로 말이오. 그래도 없다면 급조라도 해야 하오, 선생. 무릇 현대인이라면 기호와 취향으로, 제스처와 포즈로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 시집 속 시인의 에세이에서
―김언희 시집, 『GG』 (현대문학 핀 시리즈, 2020)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졸업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등
2004년 박인환문학상 특별상, 2005년 경남문학상, 2013 이상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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