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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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5회 작성일 23-01-04 16:25본문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강인한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
골목길에서 마주친 깜찍하고 상큼한 민트 향은
리본으로 치장한 케이크 상자처럼 궁금한 감정이어요.
초보에게 딱 맞는 체리핑크는
오전 열 시에 구워져 나오지요
십대들이 많이 구매하지만 놀라지 마셔요, 때로는
삼사십대 아저씨가 뒷문으로 들어와 찾을 때도 있어요.
육질 좋은 선홍색의 연애는
오후 두 시 이후에 뜨거운 오븐을 열고 나와요
구릿빛 그을린 사내가 옆구리에 낀 서핑보드
질척거리는 파도 사이 생크림 같은 흰 거품은 덤이지요.
아무래도 못 잊는 블루,
그중에서도 뒷맛이 아련해 다시 찾는 코발트블루는
땅거미 질 무렵 산책로에 숨었다가 뛰쳐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멋들어진 연애는 한밤의 트라이앵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라지는 삼각관계로 구워 내
당신의 눈물에 찍어 먹는 간간한 마늘빵 그 맛이지요.
―강인한 시집,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문예바다, 2021)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등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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