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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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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23-01-06 16:52

본문

불행

 

    이기성

 


   배를 타고 낯선 섬에 도착했다. 이 섬에는 불행이 없습니다, 안내원이 말했다. 안내원의 제복에 햇빛처럼 흰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불행이 없는 섬을 산책했다. 긴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가고 해변을 따라 걸었다. 햇빛이 있었고 나무가 있었고 안개와 개가 있었다. 숲의 깊은 곳에 창고가 있었다. 창고는 사각형의 검은 창고였다. 초록 이끼와 민들레와 흰 거미가 있었다. 불행이 없는 섬에 모든 것이 다 있구나, 생각하며 숲을 나와 해변으로 간 사람들을 기다렸다. 창고는 잊어버리고 해변에서 온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묻지 않았다. 오후 4시가 되자 안내원의 지시를 따라 배를 타기 위해 일렬로 서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배가 보였다. 그것은 검은 창고처럼 보였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20231월호

  

  

 

 1966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8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으로불쑥 내민 손』 『타일의 모든 것

 평론집 우리유쾌한 사전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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