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 배창환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 배창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8회 작성일 23-01-15 20:36

본문

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배창환

 

  추풍령 넘어 옥천 죽향초등학교 부근 시인의 마을, 지용* 생가 삽작문은 마침 시인이 출타 중인 듯 비스듬히 닫혀 있었습니다. 예쁘게 단장한 기념관도 때마침 휴관이었지요. 우리는 토담 밖에 놓인 시비(詩碑)와 시인의 입상(立像) 앞에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담장 그늘 따라 쑥쑥 돋아난 머구** 잎이 새로 이은 초가지붕이랑 앞도랑 실개천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시대의 거울이었던 시인으로서 이름 석 자마저 묻어야 했던 오욕의 시간들을 묵상하듯, 빈 나무 의자에 앉아 봄 햇살을 좀 쬐다 왔습니다

  회북면 회인마을 안쪽 너른 마당, 감나무와 은행나무 그늘에 오장환 시인의 생가가 있고, 새로 지은 그의 기념관에서 제일 먼저 우릴 맞아 준 것은 하얀 벽면에 기대어 함빡 웃고 있는 아이들의 시화였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믿었던, 그래서 그 시절 이 땅에선 살 수 없었던 시인 오장환, 두고 온 고향 하늘과 어머니를 잊지 못하던 그의 시심이 아프도록 맑아서, 돌아서는 우리들 발걸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상당산성에서 더덕 막걸리를 몇 사발씩 들이켜고 우리는 곧장 고두미마을 단재 선생 사당으로 달려갔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고, 사당 앞 백목련은 휘어질 줄 모르던 선생을 닮아 외곬으로 고개 돌리고 서 있었는데, 사당 뒤 선생이 누우셨던 무덤 자린 움푹 패어, 황소바람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나라 잃고 넘은 국경 다시 밟아 한 줌 재로 돌아오시던 그때나, 동강난 나라의 허리 부둥켜안고 버둥대며 살아가는 지금이나, 선생은 머리 뉠 곳이 없었고 우리는 엎드려 무릎 꿇을 데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옛날, 한 발짝 앞을 볼 수 없었던 칠흑 어둠에 길을 재고 슬픈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빛을 얹어 준 별들의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그들은 시대보다 먼저 시대를 끌어안아 스스로 상처 입은 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무수히 상처 입은 별인 것처럼, 그래서 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아 이 땅의 밤하늘을 차지하게 될, 크고 아름다운 별들이었습니다

 

* 시인 정지용(鄭芝溶)

** 머위

***이 마을 사람의 말에 의하면, 누가 몰래 선생의 유해를 이장하려다 들켜 인근에 가매장한 상태라 했다. 황당했고, 슬펐고, 부끄러웠다.

 

배창환 시집 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세계의문학, 2019)



배.jpg


1955년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 『소례리 길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53 2 07-19
31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1 04-23
31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1 04-23
31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1 04-23
31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2 04-22
31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 04-22
31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04-22
31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1 04-19
3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1 04-19
3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1 04-19
3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1 04-16
3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1 04-15
3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1 04-15
31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1 04-15
3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1 04-11
31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1 04-11
31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1 04-11
31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 04-11
31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2 04-05
31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2 04-05
31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2 04-05
31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7 04-02
31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2 04-02
31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2 04-02
31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2 03-27
31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1 03-27
31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1 03-27
31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 03-27
31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3-27
31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3 03-13
31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03-13
31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1 03-13
31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1 03-13
31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1 03-11
31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2 03-11
31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1 03-11
31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3 03-11
31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1 03-08
31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1 03-08
31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 03-08
31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1 03-08
31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1 03-08
31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1 02-12
31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1 02-12
31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1 02-12
31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 02-12
31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2-07
31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1 02-07
31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1 02-07
31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2 02-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