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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하다 / 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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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3-01-16 14:42

본문

하다

 

   이 령

 

 

난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다

바람벽에 기댄 무전취식 속수무책 말의 어성꾼이다

집요할수록 깊어지는 복화술의 늪에 빠진 허무맹랑한 방랑자다

 

자 지금부터 난 시인是認하자

 

내가 아는 거짓의 팔 할은 진지모드

그러므로 내가 아는 시의 팔 할은 거짓말

그러나 내가 아는 시인의 일할쯤은

거짓말로 참 말하는* 언어의 술사들

 

그러니 난 시인詩人한다

 

관중을 의식하지 않기에 원천무죄지만

간혹 뜰에 핀 장미에겐 미안하고

해와 달 따위가 따라붙어 민망하다

날마다 실패하는 자가 시인** 이라는 것이 원죄이며

사기를 시기하고 사랑하고 책망하다 결국 동경하는 것이 여죄다

사기꾼의 표정은 말의 바깥에 있지 않다

그러니 詩人是認은 속속들이 참에 가깝다

 

* 장콕토

** 이성복

 

이령 시집, 시인하다(시산맥사, 2018)

 



이령 사진.jpg


201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시인하다』 『삼국유사 대서사시 사랑 편

스토리텔링집 대왕소나무 발화법-금강소, 한중작가공동시집 망각을 거부하며

기타 저서로 Beautiful in Gyeongju-문두루비법을 찾아서

2022년 시산맥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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