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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에서 새벽까지 / 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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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23-01-20 13:20

본문

내리는 저녁에서 새벽까지

 

    서지숙

 


살면서 잃어버린 청아한 토씨들이

저렇게 내리는 것일까

여린 풀뿌리를 흩어놓 듯

잿빛 한지 하늘에서는

손톱만한 점자들이 쏙쏙 빠지고

어느 누구 하나 말이 없다

적적히 어두워지는 사위,

나무들도 부동자세로 점자를 읽는 듯

가로등 불빛 아래로 또렷한 밑줄을 긋는다

집집마다 환하게 귀를 여는 창문들

타로카드를 읽어 가 듯 손끝 지문이

막힌 소통의 행간을 밝게 이어주는지

어두웠던 눈동자마다 신비한 광채가 어린다

눈멀지 않았을 때는 몰랐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그 내밀한 고백을

갸름한 바람이 전신주를 감았다 풀어놓고

다시 전깃줄 위에서 미끄럼을 타는 시간 내내

페이지마다 다독여지는 은은한 결속

소리 없는 울림이 저처럼 깊은 것일까

빛바랜 봉숭아 꽃잎 같은 점자들이

새벽길로 수북하게 쌓이고

갈피마다 푸른 달빛을 끌어안고

유리알처럼 반짝이고 있다


신작시


 

 


광주광역시 출생

2004년 동서문학상(시부문) 수상

2015년 동서문학상(소설부문) 수상

2017년 경기신인문학상(소설부문) 수상

시집으로 환승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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