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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 이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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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7회 작성일 23-01-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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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이명우

  


게시판에 걸린 공고문들

바람에 물린 글자들이 악다구니를 쓰고 있습니다.

바람에 물린 글자들이 지느러미가 달립니다.

바람에 물린 글자들이 벽을 타고 오르다가 뒤엉킵니다.

바람의 내장에서 글자들이 줄줄이 빠져나옵니다.

 

바람이 입주민들에게 긴급하게 알립니다.

금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이 없습니다.

이상 바람의 말을 전합니다.

 

바람의 사무소에 앉은 사람들

바람 안에서 근로 시간이 가고 바람 안에서 급여 명세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람 안으로 입주민들이 들어옵니다.

지난달 의결한 도장공사에 의심이 간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고

정자에 모여 소주를 마시며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바람의 사무소에 붉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영문 모르는 바람 관리사무소 직원들, 바람의 이빨에 물린 자신을 꺼내 봅니다.

한 입주민이 낯선 지라시를 가지고 바람 관리사무소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계간 미래시학2022년 봄호


 

이명우.jpg

 

1959년 경북 영양 출생

1회 암사동유적 세계유산 등재기원 문학작품 공모 대상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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