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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사람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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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2회 작성일 23-02-12 20:53

본문

추운 사람

 

    조용미

 


  참 추운 겨울이야 이렇게 추운 적이 있었나 집이 추운 사람은 어딜 가나 추워

 

  넓은 카페의 푹신하고 하얀 의자에 앉아 카페라떼를 마신다


  앉은 자리의 벽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집에서 추운 사람은 나와도 춥고 마음이 시린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뜨거운 것이 되어 화르륵 타버릴까 넘어가 버릴까 두꺼운 목화솜 이불을 덮어도 지그시 눌러 주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동해도 남해도 춥겠지 그냥 이 자리에서 견디자 조금 비겁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자

 

  강은 얼어서 하얗게 새털구름처럼 눈이 깔려 있네

 

  하지 않았던 말이 나의 진심에 더 가까웠다는 걸, 하지 못할 말을 연습해 보았다는 걸 너는 결코 모를 테지

 

  참 추운 겨울이야 다음 겨울은 더 춥겠지, 하지 못할 말들은 눈이 되어 다정하게도 하얗게 하얗게 쏟아지겠지

 

―《문장 웹진20232월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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