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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계 타는 / 이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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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0회 작성일 23-03-02 22:24

본문

비계 타는

 

     이향지

 


25층 지붕에 유리 청소부 밧줄 걸렸다

달 높이로 올라간 유리창들

몽롱한 잠 깨워서 물로 씻어주는 날

 

하늘 가운데 로프를 걸고 자유자재 조종할 수 있는 사람

하늘 속 그네 의자에 앉았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그림이더니

한 겹 버티컬 블라인드 날 사이로 보니

가장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밥그릇

 

건너편 지붕에서 왔다 갔다 하던 모자가

마침내 우리 유리창까지 왔다

 

눈을 주고 손을 주고 발을 줄 수 있는 도구들

빠짐없이 허리에 둘렀다

 

매달고,

매달렸다,

 

끝이 끝을 붙잡고 있다,

 

행동반경 이삼 미터,

 

내려다보는 깊이는 아득하다,

 

땅에 발을 디딜 때까지

흔들리며 내려가야 할

로프

 

한 사람의 서커스

한 사람의 외로움까지

달비계를 타고 있다

 

달비계에 달린 물줄기가 유리창을 훑고 지나간다

더께 앉은 얼룩 씻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인 물줄기

 

모자의 전면은 거울이다

유리창 이면의 얼룩까지 어른어른 겹치는 순간

문득문득 자기 얼룩까지 떠올라

더 먼 구석까지 밀고 다니는 거품 방울들

 

모양 칼라 높낮이 모서리 같아도

같은 흠집 같은 얼룩은 없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 때

우리 유리창은 우리 손으로 닦았다

흐르는 물을 끌고 다니며 질퍽질퍽

봄맞이할 수 있었다

 

세상 안 모든 얼룩은 무엇과 스치며 얽힌 흔적들이다

희미하거나 모를 때는 그냥 지나가지만

이미 한 덩어리 되었을 때는

독한 세제와 거친 마찰과 충분한 물이 필요해진다

 

가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모아 담지 말라지만

사람들은 점 점 더

달비계 타는 유리 크레바스 그늘로 모여든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33월호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햇살 통조림
 편저 『윤극영전집 1,2권 』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 『산아, 산아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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