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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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11회 작성일 23-03-19 21:56본문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박지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얘기한다 영화를 보다가 비에 대해 얘기하고 모네 그림을 보다가 초경을 한 아이에 대해 얘기하다가 커피 속에서 문득 튀어나온 노랫말을 흥얼거리다가 한 계절을 넘기고 숙녀가 된 아이의 바다도 넘긴다 잉크 묻은 눈빛이 길어진다
거울 속에서 노는 강아지가 있어요 환각일까요
여전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아무렇게나 얘기한다 시간은 점일까 선일까 강물을 시간이라 할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 순위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을 넘긴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비밀을 묻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거실 구피가 새끼를 낳았다 또 제 새끼를 먹어 치울까
어제는 누구에게 어제일까 밤은 어제일까 내일일까 누군가의 기억 위를 걷는다 나무에서 쏟아지는 새의 울음소리, 그늘이 흔들흔들 뾰족해진다
언어 속에서 사실은 죽는다
—박지우 시집, 『우산들』 (한국문연, 2023)
충북 옥천 출생
2009년 《시선》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시시동인으로 활동
시집 『롤리팝』 『우산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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