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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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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5회 작성일 23-03-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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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이수명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 엔진도 타이어도 살펴야 한다. 출장을 가기 전에 카센타에 먼저 들를 것이다. 출장을 가서도 그곳 어디에서 차를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잔을 기울인다. 이번 출장까지는 다녀오고 나서 차를 점검해도 될까. 빛이 잔에 모여들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유는 모른다. 길을 나설 때마다 그럴 뿐이다.

  이번 출장은 예정에 없던 것이다. 출장은 계속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출장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방향도 없이 도로를 따라 달아나게 한다. 출장을 가겠다고 해놓고 무작정 달린다. 도로에 쏟아지는 차들과 나란히 달린다. 출장과 상관없이 라디오를 튼다. 음악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신청한 필립 글래스를 듣는다. 잠시 차를 멈춘다.

  길 한복판에서 단조로운 머리카락을 묶는다. 웬일인지 지금까지 전혀 달려온 것 같지 않다. 출장을 가는 것 같지 않다. 불확실한 핸들을 붙잡는다. 달리지도 않고 달아나는 것일까. 달아나는 것 같지도 않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본다. 도로 한편에 어떤 누워버린 사람이 있다. 자세히 보니 그는 천천히 조금씩 위치를 바꾼다.

  모든 차들이 그 사람을 피해서 간다. 도로에서는 누구나 운전에 열중한다. 도로에서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문장웹진2023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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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

1994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물류창고

1990년대 한국시문학사 공습의 시대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번역서 『낭만주의』

『라캉』 『데리다』 『조이스』 등

7회 이상시문학상12회 노작문학상12회 현대시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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