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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호르(Morin Khuur)​ / 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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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0회 작성일 23-04-23 17:09

본문

린 호르(Morin Khuur)

 

    강기원

 

죽은 말은 갈기로 운다

죽은 말이 달려온다

쉼 없이 달려가는 사얀산맥처럼

달려온다

지축이 울린다

죽음 속 싱싱한 울음처럼 울린다

생전에 서서 잤던 말은

잠 속에서도 달렸고

죽음 속에서도 달린다

 

모린호르

모린호르

죽은 말은 갈기로 운다

 

달리고 달려와

밤의 허파 같은 달을 넘어

잠들지 못하는

죽지 못하는

내 귓속에 긴 숨을 불어넣는다

단내 나는 숨을

떼로 있어도

홀로였던 말

죽은 말이 한 사람을 껴안고

오래 오래 달리고 있다

오래 오래 울고 있다

강기원 시집, 다만 보라를 듣다(민음사, 2021)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의 피

시화집 내 안의 붉은 사막』 다만 보라를 듣다동시집 토마토개구리

눈치 보는 넙치』 지느러미 달린 책』등

2006년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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