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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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김선아
늙은 낙타의 털이 살가죽과 한목에 주르륵 벗겨지고
있었다. 울음소리도 함께 벗겨지고 있었다. 벗겨진
울음소리의 행방은 모래알. 그 모래알을 새끼낙타가
혀로 살살 핥아내고 있었다. 새끼낙타 종아리 힘 풀려
무릎 꿇게 될까봐 그 벗겨진 울음소리는 속으로
하나, 둘, 셋, 단전의 힘까지 끌어모아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아홉쯤이었을까. 모래알과 모래알 사이
켜켜이 쌓인 사막을 새끼낙타가 등짐처럼 지고는
불끈 일어섰다.
언제부터인가 사막에서는 생살 다 드러난 울음소리를
검은고리사막딱새 앞에 던져줘도 머지 않는다 했다.
- 김선아 시집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 (서정시학, 2022)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1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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