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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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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54회 작성일 15-07-16 09:48

본문

프리카에 가고 싶다 

  

    최금진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십만년 전에

나는 원숭이 비슷한 우리 할아버지 고환에 담겨

말하는 꽃도 보고 텔레파시 하는 뱀도 보고

움막에서 어멈들이 어, 하면 아범들은 아, 하면서

낮이고 밤이고 인류를 길어올려 흘려보냈겠지

내 본향이 아프리카라 생각하니

평소 안 좋아하는 파프리카도

적도에 걸린 생소한 탄자니아, 소말리아도 예뻐 보인다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온 건가

얼굴 시커먼 우리 할아버지는 긴 막대기랑 돌덩이 서너개 들고

얼마나 오래 걸어 전라남도 화순에 와서 화순 최씨가 되었던 걸까

내 이름을 스와힐리어로는 뭐라 할까

우리는 형제니까

아동복지기금도 내고 기아 난민도 돕고

아프리카에 호적을 두었으니

나도 늙으면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어쩌면 신께서 철조망을 쳐놓은 성경의 에덴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십만년도 더 먹은 우리 할머니가

축 늘어진 가슴을 출렁이며 날 알아보고는

나를 무릎에다 눕히고 자장가를 불러주실까

이 세상에 없는 새의 언어로, 나무의 모국어로

아프리카, 아프리카, 너무 늙은 나를 안고 안타까워해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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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출생
1994년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제4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
2001년 《창작과비평》신인상
시집『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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