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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책 / 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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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2회 작성일 23-07-24 21:56

본문

 

 

     김 안

 

 

젖은 책을 볕 아래 놓고서 알몸을 생각한다.

퉁퉁해진 알몸을 덮고 있는 오래된 티셔츠,

늘어난 목,

오후 내내 뜯어내도 다시 생기는 보풀을 생각한다.

울고 주름지고 헐거운 삶. 바싹 마른

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칠 때 책은 처음 날개를 펼치는 새의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입속으로 들어가 다시 입을 다문 채

올곧이 앉아 아이를 기다린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펼치며 들으며

아이가 돌아오면 들려줄 소리를 내 몸에서 찾는다.

 

마음이 앞서면 책이 찢어지고 아이는

돌아오지 못한다.

사냥꾼의 감긴 눈에 고이는 죽음의 물 같은

가장 무거운 투명으로 붙은 페이지들.

흩어지고 찢어진 글자들, 밤사이

고양이가 장난치다 집 앞에 버린 가슴이 열린 작은 새.

보이지 않으나 망각되지 않는 것들이,

망각되지 않도록 부서진 것들이,

그래서 끝나지 않는 것들이,

엄마 잃은 별들이

남몰래 이주한 곳.

돌아오지 못하는

무서운 물속.

 

귀를 막고

귀를 막고 있는 손가락이 유령처럼 흘러 들어가고,

고이고,

고인 채 딱딱해지면

자유로워진 두 손이 거칠어진다.

아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두 손이 허공을 가른다.

나의 말이 나의 알몸을 밀어낸다.

두 손이 입을 막는다.

결국 스스로 풀어지는 덩어리.

풀어져 쌓인 젖은 옷들.

 

나는 책을 펼치지 못한 채,

젖은 알몸을 볕

아래

누인다.

 

―《문장웹진_콤마2022-10-07





본명 김명인

1977년 서울 출생

2004현대시로 등단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

제5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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