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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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01회 작성일 23-08-01 16:08본문
근성
정수남
6층 옥상 시멘트 바닥
약지보다 작은 틈새에
지난봄부터 어디선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
후우,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름 모를 잡초 하나
여름날 가뭄에도 말라 죽지 않고
장대비 속에서도 끄떡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가을이 되자 하얀 꽃까지 피우는
내 어린 날 어머니를 닮은 풀
삼팔선을 넘어와
다시는 갈 수 없는 고향 땅이 되었다는 소식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앉은 곳이 자기 자리인 양
길바닥에 양담배 몇 갑 늘어놓고
온종일 꼼짝하지 않던 남대문 시장통의 어머니
쇳소리 풀풀 나는 평안도 사투리 뱉어내며
합동 단속에도 끄떡하지 않고 지키고 앉은
아들 넷을 보듬고 엄동설한을 버티던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여 솔가한 뒤에도 떠난 적 없는
내년에도 봄이 오면 다시 청청하게 살아날 게 틀림없는
이름 모를 잡초 하나
―정수남 시집 『너, 지금 어디 있니?』 (시선사, 2023)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작품집으로 『분실시대』 『별은 한낮에 빛나지 않는다』 『타성의 새』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시계탑이 있는 풍경』 『길에서, 길을 보다』 『앉지 못하는 새』 등
장편소설로 『행복아파트 사람들』
시집으로 『병상일기』, 『너, 지금 어디 있니?』
산문집으로 『시 한 잔의 추억(1)(2)』와
어린이 글짓기 공부책으로 『소설가 정수남 선생과 함께 떠나는 365일 글짓기여행(1)(2)』 등 다수
자유문학상·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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