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빈다는 것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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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2회 작성일 23-08-17 10:41본문
부빈다는 것
김신용
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맺힌 물방울들은 후두둑 후둑 제 무게에 겨운 비 듣는 소리를 낸다
안개는, 자신이 지운 모든 것들에게 그렇게 스며들어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맺힌 물방울들은
이슬처럼, 나뭇잎들의 얼굴을 맑게 씻어준다
안개와
나뭇잎이 연주하는, 그 물방울들의 和音,
강아지가
제 어미의 털 속에 얼굴을 부비듯
무게가
무게에게 몸 포개는, 그 불가항력의
표면 장력,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힐 때마다,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는
안개,
그 안개의 粒子들
부빈다는 것
이렇게 무게가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나무의 그늘이 나무에게 등 기대지 않듯이
그 그늘이 그림자들을 쉬게 하듯이
―김신용 시집, 『도장골 시편』 (현대시사상, 2007)
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등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등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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