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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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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31회 작성일 23-08-24 16:30

본문

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91)

 




 

1960년 경기도 옹진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9년 뇌졸중으로 별세하였으며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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