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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 박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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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1회 작성일 23-09-06 21:31

본문

고인돌

    박민서

 

 

어느 부족은 돌의 그늘로 관을 삼아요

지나가는 바람의 수의를 입은

햇빛은 돌 위에 걸터앉아

검푸른 그을림을 키우지요

길 잃은 새끼 승냥이들이 잠들면

따듯한 그림이겠네요

 

몸을 지나가거나 몸이 사라지거나 했을

수많은 부족들

몇백 킬로 달의 무게를 견디며

죽어서도 떠받들려는

덮개돌 같아요

처음 두 개의 기둥은 반듯했지만

차가운 달의 색깔을 보며

한쪽은 기울어져 갔지요

지배자는 그 그늘에 보물을 소장해두고

어느 시대의 몸으로 바꾸고 싶어 했을까요

 

넓은 들판에 파종된 듯

뿌려져 있는 돌의 무덤들

곳곳에 세워진 청동기 사원

그림자 따라 움직이는 고독한 숨소리

 

과거를 눌러 놓는다고 현재에 가까워질까요

 

개간할 수 없는 밭에서

까마득한 죽음의 껍질은 펼쳐진 이부자리처럼 매일 휴식입니다

 

저마다 만들어 놓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문으로

지나간 햇살이 통과하고 있네요 

 

계간 상징학연구소2023년 여름호



 


1968년 전남 해남 출생

명지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9년 시산맥》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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