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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개미밖에 없는 개미 / 황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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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86회 작성일 23-12-20 20:07

본문

가진 것이 개미밖에 없는 개미

 

    황성희

 

 

그때 나는 딱 중간 지점이었다

어디와 어디의 중간인지만 몰랐고 나머지는 다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첫 번째 개미는 제림아파트 시소 안장에서 죽었고

두 번째 개미는 102동 화단 옆 소화전 밑에서 죽었고

세 번째 개미는 노인정 앞 정화조 뚜껑 위에서 죽었고

네 번째 개미는 죽을 예정이나 일단 국기 봉부터 오른다

대부분의 개미들은 지하에서 태어난 게 분명하지만

비행기를 삼킨 애벌레는 시간 밖으로 날아오르려 했고

몸속 가득 영혼만 모은 애벌레는 선지자를 꿈꾸었으며

한 여왕개미 꽁무니가 뒤틀릴 때마다 조각달은 떨어지고

어떤 개미는 거기에다 대고 앞발을 비비며 소원을 빌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개미들이 아침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죽었다던 개미 중 몇몇은 되살아나 사촌과 만나고,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 어떤 개미는 자신의 허구성을 참다못해

더듬이 속 끝까지 뚫고 내달려 몸 밖으로 뛰어내리고

태양까지 기어갔다던 개미는 눈이 먼 채 돌아와

개미 말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고 울부짖었다

그걸 기도로 착각한 개미들이 덩달아 울부짖다 어느 날은

수천 마리씩 날쌔게 뭉쳐 고양이인 척 생쥐를 덮쳤고

어느 날은 뭉게뭉게 생각을 키워 코끼리가 되었다가

너무 긴 코에 우스워져 배가 터지는 개미들도 있었다

그때 나는 딱 중간 지점에 있었다

어디와 어디의 중간인지만 몰랐지 나머지는 다 알았다

개미가 가진 것이 개미밖에 없다는 것도

 

―《문장웹진_콤마20231115

 


200811220058.jpg


1972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엘리스네 집』 『4를 지키려는 노력』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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