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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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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0회 작성일 24-03-13 14:49

본문

 

    함성호

 

 

돌보지 않아도 피어나는구나

봄비 내리는 오후

절음발이 비둘기들의 초췌

물오른 어린잎들의

칼날 같은 끝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무화과의 달콤함

젖은 꽃잎의 부드러움

다시 보러갔던 그 산수유나무

 

글쎄,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무슨 소용인가

몸은 습관만 알아보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한곳에만 있네

 

젖을수록 더 붉고, 더 부드러운 꽃

너의 은밀함

덮쳐오는 물그림자처럼

치명적으로 하강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함성호 시집, 키르티무카(문학과지성, 2011)

 




IMG_7498-001.jpg


1963년 강원도 속초출생
강원대 건축과 졸업
1990년 계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성타즈마할』 『너무 아름다운 병』 

『키르티무카』 『타지 않는 혀』. 

건축평론집 『건축의 스트레스』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철학으로 읽는 옛집』 『반하는 건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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