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의 경계 / 조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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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24-06-20 17:09본문
일식의 경계
조연향
구름 한 장 너머 어디쯤서 생각 없는 찬바람이 불어오는 걸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것이 우리 필생의 업이지
늑대가 베어먹다 남긴 비스킷
당신의 진실은 부서지지 않고 그림자에 가려져 있을 터
산등성이 집들이 거북처럼 엎드려 있다
서로 가까이 두고도 얼마나 추위에 떨고 있었나
창문 흔드는 바람 소리에 마음을 엎드렸나
영겁 속 내 몸 이리 통증으로 어두워지는지
빛과 그림자 둘이 아니라는 걸 지구 어느 부위에 文身을 새기는 걸까
하늘에서 땅까지 실루엣이 닫혀도
서로를 포갠 채 서로의 운명 갉아 먹어도
나는 당신과 절연 할 수 없다
달의 채전밭에는 포도가 흑점을 놓으며 쓸쓸히 익어가리라
무엇을 더 보려는가
눈앞의 세계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를 드리웠을 뿐이다
나, 새끼거북처럼 등껍질 속에서 담장 밖의 세계를 향해 목을 뺀다
―조연향 시집, 『길 위에서의 질문』 (실천문학사, 2022)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시와시학》등단
경희대 국문과 박사
시집 『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 『오목눈숲새 이야기』 『토네이토 딸기』 『길 위에서의 질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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