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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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바람이 몹시 부는 봄날 들판에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강가를 향해 걸을
때 어떤 음성이 빨간 귓등을 때렸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죄 없는
자가 쳐라, 아아 페시미즘의 절대 아닌가. 죄 많은 자가 먼저 쳐라 했어도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신도 없는 봄날 들판에서 신성이 가득한 체험을
안고 집과 점점 멀어지는 연습을 한다. 어린 개들은 신발을 물고 제법 멀리
나갔다 돌아오는 저녁이다. 집이 덜컹댄다. 당신에 의한 당신의 위한
당신의 세계에 여전히 별이 뜨고 시인의 입을 빌어 아름답다 말하게 한다,
죄 없는 자, 벽에 기대어 한참을 서 있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4년 2월호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설산 국경』 『베두인의 물방울』
산문집 『죽은 시인들의 사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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