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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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1회 작성일 24-09-15 18:12본문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안명옥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지도 모를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가 부르르 떤다
놀라워라,
일탈의 쾌감이 내(川)를 이뤄
이렇듯 밤의 대지를 뜨겁게 적실 수 있다니,
―안명옥 시집, 『칼』 (천년의 시작, 2008)
경기 화성 출생
200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서사시집 『소서노』 『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
시집 『칼』 『뜨거운 자작나무 숲』
동화 『강감찬과 납작코 오빛나』 『금방울전』 『파한집과 보한집』 등
성균문학상 우수상, 바움문학상 작품상,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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