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비망록 /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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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99회 작성일 24-10-03 20:35본문
시시한 비망록
공광규
돈이 사랑을 이기는 거리에서
나의 순정은
여전히 걷어차이며 울었다
생활은 계속 나를 속였다
사랑 위해
담을 넘어본 적도 없는 나는
떳떳한 밥 위해 한 번도
서류철을 집어던지지 못했다
생계에 떠밀려
여전히 무딘 낚시대 메고
도심의 황금강에서
요리도 안 되는 회환만
월척처럼 낚았다
자본의 침대에 누워
자존심의 팬티 반쯤 내리고
엉거주춤 몸 팔았다
항상 부족한 화대로
시골에 용돈 가끔 부치고
술값 두어 번 내고
새로 생긴 여자와 극장 가고
혼기 넘긴 친구들이 관습과 의무에 밀려
조건으로 팔고 사는 결혼식에
열심히 축의금을 냈다
빵이냐 신념이냐 물어오는 친구와
소주 비우며 외로워했다
나를 떠난 여자 생각하다가
겨울나무로 서서 울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이런,
시시한 비망록이라니.
―공광규 시집, 『지독한 불륜』 (실천문학사, 1996)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6년 ≪동서문학≫ 등단
1987년 《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
2009년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2010년 제1회 김만중문학상 시부문 금상
2011년 제16회 현대불교문학상 시부문
시집 『대학 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덩이』 『담장을 허물다』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등
댓글목록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님의 댓글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빵이냐 신념이냐...
나 스스로에게 물음 표를 던져 봅니다.
결국,,
맑은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