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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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리투아니아를 떠날 때
그가 무늬가 있는 희고 둥근 돌멩이 하나를 주었다
아침의 마음이네
나는 돌멩이의 주소를 옮기기 싫은데
거절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아
손때가 묻을 때쯤 돌멩이는 날개를 가지게 될 거야
호텔의 잠이 성글어도
우린 조식 때문에 너그러워지지
돌멩이를 깨고 나온 달걀의 잔치
삶은 달걀부터 스크램블드에그와 오믈렛과 에그프라이를 돌지
속에서 홰를 치며 돌아오는 장면들이 겹겹 소환되어
부화하고 싶은 날들이 절망한 날을 덮기도 하고
주제에 지배받지 말자
여행은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와플에 시럽을 흘려서
전환하는 거지 그 이후,
돌멩이를 볼 때마다
리투아니아가 용기를 준다
소극적 생이어도 언젠가는 한번 돌멩이를 던질 때가 올 거야
그렇다면 그곳이 돌멩이의 주소일지도 모르겠네
중얼거리는
아직은 아침이야
―계간 《시산맥》 2025년 봄호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 『뒷모습 』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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