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 위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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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83회 작성일 16-04-21 10:10본문
묻다
위선환
새들이 집중하는 하늘을,
햇살의 경사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 오른 새를, 빛의 꼭대기에 이르러서 빛무리 속으로 날아오른
새의 높이를, 높은 구름의 아래를 지나는
잦은 날갯짓을,
날갯짓에 구름이 스치는 디테일을,
묻다
땅거미가 그을던 그해의 늦은 가을을, 치켜세운 손가락에 끄름이 묻던 무렵의기후를, 내가 바라보던 저 사람의
어둔 등허리를, 저 사람이 바라보던 그 사람의
검정 묻은 뒷모습을, 그 사람이 바라보던 지평 너머를, 거기로부터도 까맣게 먼 오늘을,
묻다
거기에 있지만 이름을 모르는 여럿을, 이름을 불렀으나 아직 오지 않은한 사람을, 내가 나를 만지는
나를,
묻다
뒤통수를 비춘 빛이 두개골에 스미어서 환한, 앞이마가 밝은 잠시간을,
묻다
저무는 들녘에 내려앉는 새떼를, 저물녘의 아래에 고인 흐린 물빛을,
튀어 오른 물고기의
뱃비늘이 번뜩이는 짧은 묘사를, 그때의 손등을 때리는 물방울의
단단한 무게를,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2001년에 월간《 현대시》를 통하여 작품활동을 재개
2009년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집 『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
『새떼를 베끼다 』『수평을 가리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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