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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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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22회 작성일 16-05-13 11:25

본문

 

그늘

 

이상국

 

 

봄이 되어도 마당의 철쭉이 피지 않는다

집을 팔고 이사 가자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꽃의 그늘을 내가 흔든 것이다

 

몸이 있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아내는 집이 좁으니 책을 버리자고 한다

그동안 집을 너무 믿었다

그들은 내가 갈 데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옛 시인들은 아내를 버렸을 것이나

저 문자들의 경멸을 뒤집어쓰며

나는 나의 그늘을 버렸다

 

나도 한때는 꽃그늘에 앉아

서정시를 쓰기도 했으나

나의 시에는 먼 데가 없었다

 

이 집에 너무 오래 살았다

머잖아 집은 나를 모른다 할 것이고

철쭉은 꽃을 버리더라도 마당을 지킬 것이다

 

언젠가 모르는 집에 말을 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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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 등단
민족예술인상, 제1회 백석문학상, 유심작품상, 박재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동해별곡(東海別曲)』『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뿔을 적시며』』『달은 아직 그 달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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