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풍경 / 정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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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4회 작성일 16-05-25 09:15본문
너 없는 풍경
정유찬
깜빡거리는 게 일상이다
그렇게 태어나서 어쩔 수 없지
천장에 매달려 내려다보는
너 없는 풍경이 심란하다
침대에 누워 있던 베개와 이불이 서로 끌어안고 뒤엉켜 끙끙거리고
탁자 위에 벌떡 서 있는 꽃이 없는 꽃병은 메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데
네모난 쿠션은 의자 위에 기대앉아 온종일 지루한 하품을 하고
황급히 벗어둔 여러 겹의 네 허물은 방바닥에 엎드려 제각기 포복하고 있다
네가 없는 공간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을 바라보며
너 없는 풍경이 문득 낯설다고 느낄 때쯤
나의 기억이 다시 깜빡거린다
천장에 매달린 채
길게 눈 뜨고 있는 나를 두고 나간
네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1996년 시집 『한가위』로 작품활동 시작
1999년 『문학세계』 등단
시집 『한가위 『쉼표이고 싶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사랑과 진리에 대한 사색』 『사랑의 안부』 『길을 찾는 영혼』
『참 좋은 풍경』 『행복한 여운』 등
세계문학상 대상, 경기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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