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 신용목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 / 신용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82회 작성일 16-08-12 08:49

본문

 

공동체

 

신용목

 

내가 죽은 자의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가 그의 이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오늘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으니

나의 이름은 갈수록 늘어나서, 머잖아 죽음의 장부를 다 가지고

 

나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까?

 

저기

공원에서 비를 맞는 여자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면, 기도도 길을 잃고

바닥에서 씻기는 꽃잎처럼 그러나 당신의 구두에 붙어 몇 발짝을 옮겨가고……

 

나는 떨어지는 모든 꽃잎에게 대답하겠습니다.

 

마침내 죽음의 수집가,

슬픔이

젖은 마을을 다 돌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누추한 나에게 와서 잠을 청하면,

찬 물이 담긴 주전자와

마른 수건 하나,

나는 삐걱거리는 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목소리로 물을 수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달라고 할까 봐.

꽃 핀 정원에 울려퍼지다 그대로 멈춰버린 합창처럼, 현관의 검은 우산에서

어깨 위에서…… 빗물처럼

뚝뚝,

 

오토바이와 회색 지붕과 나무와 풀

 

위에서

 

망각의 맥을 짚으며

또,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울까 봐.

그러면 나는 멀리 불 꺼진 시간을 가리켜 그의 이름을 등불처럼 건네주고,

텅 빈 장부 속에

 

혼자 남을까 봐. 주인 몰래 내어준 빈 방에 물 내리는 소리처럼 떠 있는

 

구름이라는 물의 영혼, 내 몸속에서 자라는 천둥과 번개를 사실로 만들며

 

네 이름을 훔치기 위해

 

아무래도 죽음은 나에게 눈을 심었나 보다, 네 이름을 가져간 돌이 비를 맞는다.

귀를 달았나 보다, 돌 위에서 네 이름을 읽는 비처럼,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섞으며 젖어도 되겠습니까?

저기

공원을 떠나는 여자의 붉은 입술처럼, 죽음을 두드리는 모든 꽃잎이 나에게 기도를 전하는……

여기서도

 

인생이 가능하다면, 오직 부르는 순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사랑이 가능하다면,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04825968_20080116.jpg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2000작가세계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19회 백석문학상, 18회 현대시작품상, 14회 노작문학상

2회 시작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6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9 0 09-13
26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6 0 05-15
26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6 0 09-13
26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4 0 08-25
26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3 0 04-11
26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1 0 01-04
26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1 0 01-05
26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0 0 12-18
26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8 0 02-01
26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8 0 03-21
26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8 0 08-02
26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0 0 04-20
26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6 0 08-22
26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4 0 05-27
26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4 0 08-10
26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3 0 05-13
26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1 0 03-22
26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5 0 08-04
26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4 0 02-22
26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2 0 12-14
26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1 0 02-22
26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1 0 08-24
26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7 0 12-02
26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2 0 02-13
26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2 0 09-12
2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2 2 09-06
26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1 0 03-30
26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0 0 04-01
26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9 0 08-04
26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9 0 09-22
26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6 0 09-21
26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5 0 03-29
26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4 0 11-16
26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2 0 07-30
26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6 0 04-21
26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6 0 08-10
26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4 0 05-18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3 0 08-12
26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3 0 03-13
26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3 0 07-28
26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3 0 05-18
26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1 0 02-05
26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0 0 10-10
26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0 0 04-12
26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5 0 03-30
26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4 0 09-21
26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3 0 08-24
26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9 2 09-14
26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6 0 09-28
26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2 0 07-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