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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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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22회 작성일 15-08-04 09:30

본문

독신자

 

   김성규

 

 

독신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

현관문이 열리고 어둠이

입을 벌린 집

그는 걸어 들어가야 한다

 

소화된 음식물처럼 누워야 한다

이불에 누워

몸을 뒤척이다 잠든다

깨어나면 서둘러 몸을 챙겨 입고

길거리에서 재빨리 밝은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매춘부가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거나

섹스를 하다가 가족에게

장면이 목격되었을 때처럼

표정으로 부끄러움을 말해서도 안 된다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그것이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

전화기를 자주 바라본다

자신의 고독을 타인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그에게는 아무런 사건도 영광도 필요 없다

 

그는 가장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바로 독신자인 것이다

 


ddd.jpg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4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너는 잘못 날아왔다』『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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