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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2 / 홍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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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99회 작성일 16-09-21 09:08

본문

 

메두사의 시선 2

―인사동에서

 

홍은택 

 

눈은 얼마나 파괴적인가

제 눈에 비친 모양과 크기의 틀 속에

모든 것을 가두어버리지

 
화가는 세상을 그림 속에 가두고

화상은 그림을 액자 속에 가두고

세상과 그림과 액자를 언어 속에 가두는 비평가

 
머리카락 수만큼의 뱀눈을 뜨고

몰랑몰랑한 진흙을 돌덩이로 굳혀버리는

관객들의 시선 또한 저주의 마법인가

 
풍요로운 금빛 소나기

메두사의 눈빛에 독니를 박은 건

거세가 두려운 사내들의 눈길이었어

 
처마 밑 포댓자루처럼 쓰러져 잠든

노숙자의 헝클어진 머리칼에서 독사가

머리카락 수만큼 눈 뜨는 거리여

 


hong.jpg

 

1958년 경기 광주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1999년 계간 《시안》 등단
시집 『통점에서 꽃이핀다』『노래하는 사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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