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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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9회 작성일 16-11-02 09:48본문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황헤경
핏줄들도 버리려고 할 때
비극의 끝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아서 센티멘탈
누구에 의해서든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아닌 건 아니고 누추하지만
살면서 어떤 바닥이 제대로 절정이 되어줄 수 있겠는가
몇 번이나 응원이 더 필요한 계절을 지나올 때도
오늘의 바닥에 닿지는 못했다
여분餘分을 믿는 것처럼 주머니를 뒤집었다
이르고 도달해 나를 다 즈려 밟고 지나가야할 길
누구에 의해서든 압축되어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사람을 위한 과일이라기보다는 새들을 위한 열매인 듯
하늘 바로 밑에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노란 모과를 보았을 때
주인인 줄 알고 살았던 나의 생生에
객客으로 초대받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불러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로부터 체온을 나눠받는 혹한이다
다 쓰고 씌여지고 버려질 나는 아름답고
버려진 후에도 그 후에도
몸에 집중하던 사람이 정신을 처음 마주하는 낯선 순간처럼
정신에 몰두하던 사람이 몸을 처음 이해하던 그 날처럼
제2의 암흑기 이후에
몇 겹의 어둠이 옴짝달싹 못하게 더 에워싼 후에 꽁꽁 묶인 후에
가장 밝은 것으로 나를 반짝이다가 나는 아름다워질거야
그리하여 이미 지나온 시인의 시에서
모르던 시간을 읽으면 나는 곧 후회로부터 긴 회한悔恨의 울음이 되어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1973년 인천 출생
서울예술대학 및 추계예술대학교 문창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수료
2010년《문학과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느낌 氏가 오고 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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