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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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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84회 작성일 15-08-06 10:43

본문

서커스

 

   신미나

 

 

 

오빠가 공중에서 내려온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혀를 쑥 내밀어

붉은 융단을 잡아 뺀다

 

커다란 상자 속에 작은 상자가

작은 상자 속에 더 작은 택배 상자가

자꾸만 태어나는 기이하고 슬픈 마술

 

이 상자를 다 나르지 않으면

더 작은 집으로 이사가게 될거야

아들아, 내가 얼마나 작아지는지 보아라

 

나를 위해 박수를 쳐주렴

색종이를 잘게 찢어 머리 위에 뿌려 주렴

 

오빠는 팔다리를 구부려 상자 속에 들어간다

 

뚜껑을 열면

몸통이 핑 튀어나오는 스프링 인형

 

조카들이 힘차게 박수를 친다

 

 

1978년 충남 청양 생
강릉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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