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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 / 유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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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41회 작성일 15-08-11 09:21

본문

월소(月梳)

     —접촉

 

     유미애

 

 

 

   달의 꿈속, 당신이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장미도 모란도 싫어라 나는, 송곳니가 아름다운 짐승이 되기 위해 각두(殼斗)로 잇몸을 파헤친다 첫 그늘에 숨긴 반 조각, 빛을 품고 기다린다

 

   인간이란 상상력이 지나친 종, 생시의 입술은 슬퍼라 기어올라 상처의 끝을 보고 말리 마지막 어둠 속을 우짖다 가리 엎드려 부족의 노랫말을 지우면 낙과를 줍는 눈의 이끼가 붉다 나는 산발한 채 눈 덮인 플랫폼을 달린다

 

   그대는 어느 나무 어떤 가지가 떠나보낸 그리운 말일까 모든 산 모든 숲의 날숨을 비린 혀에 얹어보는 밤, 결백해라 당신의 옆모습에 피는 작은 꽃들 다시 찾은 달을 네 발 깊이 감추고

 

   나는 밀려드는, 길이 무성할 온몸의 털을 빗으며 히죽, 웃는다

 

 

1961년 경북 출생
2004년 《시인세계》등단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를 위한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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