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 / 유승도 > 오늘의 시

고마움

  유승도

  여행지에서 만난 이후 5년이 넘도록 불쑥불쑥 찾아오는 세 부부에게 출입을 금할 것을 요청하며 관계 단절을 선언한 날 “존중하고 웬지 이해도 됩니다 언제고 자연스레 만나게 되면 아무 일 없었던 듯 반겨주기! 하핫” 바람 한 줄기로 날아온 문자, 생각하니 이쁜 사람이었다

  고맙다는 말이 떠오르며 눈가가 뜨거워진다 눈물 한 방울 떨구고 일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붕을 툭툭 치며 빗방울이 떨어진다 인간의 삶이 그리워 사람의 마을에 왔던 여우가 눈물을 흘리며 숲으로 돌아갔다고 했던가 지붕을 적시는 빗소리가 여우의 눈물인 양 다정도 하다 

- 월간 시인동네 2017년 3월호

1995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 『수염 기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