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구름 / 박서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좋은 구름 / 박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33회 작성일 15-08-20 11:22

본문

좋은 구름

 

 박서영

 

 

   좋은 구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떠난다고 했다. 빈 들에 나가 여자를 불렀다. 사랑스러운 여자는 화장하고 옷 차려입느라 늦게 나갔다. 사진작가는 버럭버럭 화를 냈다. 좋은 구름이 떠나버려서, 좋은 구름이 빈 들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여자는 오래 빈 들에 서서 보았다. 사자와 치타. 새와 꽃. 눈물과 얼룩. 구름 속에서 자꾸 구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남자는 화가 나서 떠나갔다. 한 프레임 속에 좋은 구름과 빈 들과 여자를 넣지 못해서.

 

   좋은 노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뛰쳐나간다고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또 노을이 떠나버릴까 봐 화장도 하지 않고 서둘렀다.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 노을 앞에 서자 사진작가는 또다시 화를 내며 떠나갔다. 좋은 노을이 떠나버려서, 좋은 노을이 강물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땀에 흠뻑 젖은 여자는 다리 위에 서서 보았다. 사과밭 위로 기러기가 날아갔다.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붉은 구름이 흩어지고 기러기가 울었다. 노을 속에서 자꾸 노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이별의 순간에도 저런 멋진 장면이 연출되다니. 집에서는 혼자 두고 온 아이가 울고 있을 텐데.

 

   여자는 바뀐 장면들을 떠올렸다. 언제나 뛰어오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구름과 노을 사이의 핏자국. 후드득 새의 깃털들. 여자는 총성이 자욱한 빈 들판에 서 있었다. 여기저기 기러기들이 떨어지는 소리 들렸다. 빛이 쉬지 않고 풍경을 찍어댔다. 하늘의 뱃가죽에서 구름이 퍽퍽 떨어졌다. 구름과 노을과 여자의 심장이 한 프레임 속에 찍혔다. 천국의 아편 같은 구름이 빈 들에 내려왔다. 남자가 떠나자 비로소 좋은 구름이 여자의 혀 밑을 파고들었다. 키스는 얼굴의 불안을 심장으로 옮긴다. 이렇게 멋진 배신의 순간,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생각나다니!

 

 

 

68년 경남 고성 출생
95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좋은 구름』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6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3 1 12-01
1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1 0 11-30
1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5 0 11-30
1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3 0 11-27
1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2 0 11-27
1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6 0 11-26
1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9 0 11-26
1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2 0 11-25
1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1 0 11-24
1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7 0 11-24
1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0 0 11-24
1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8 0 11-23
1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1 0 11-23
1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0 0 11-20
1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8 0 11-19
1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0 0 11-19
1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8 0 11-18
1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7 0 11-18
1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3 0 11-17
1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9 0 11-17
1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5 0 11-16
1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7 0 11-16
1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4 0 11-13
1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0 11-13
1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5 0 11-12
1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0 11-12
1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3 0 11-11
1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9 0 11-11
1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4 0 11-10
1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0 0 11-09
1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9 0 11-09
1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0 0 11-06
1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0 11-06
1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7 0 11-05
1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5 0 11-05
1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9 0 11-04
1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6 0 11-04
1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3 0 11-03
1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3 0 11-03
1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4 0 11-02
1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2 0 11-02
1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6 0 10-30
1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6 0 10-30
1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1 0 10-29
1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7 0 10-29
1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3 0 10-28
1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0 0 10-28
1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3 0 10-27
1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7 0 10-27
1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0 10-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