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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에 대한 신념 / 황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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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79회 작성일 15-08-24 09:47

본문

물에 대한 신념

 

   황성희

 

 

팔 속에서 팔이

찰랑찰랑거린다

다리 속에서 다리가

출렁출렁거린다

 

멀리 가로등 불빛처럼

애처롭게

몸 안을 밝히는 심장

 

이 얼굴 하나를

사실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수십 년

 

혹시 들켰을까

나는 나에게

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걸

 

갑자기 발길을 멈춘다

내 속에 담긴 나를 쏟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느라 불거진 뼈마디

 

버스를 기다리는 저 할머니는

대체 무엇을 포기하셨길래

아무 때나 쏟아져도 상관없다는 듯

코를 풀고 계신 것인지

 

하긴 어떤 휴지가

콧물을 의심하겠는가

 

 

 

 

200811220058.jpg

 

1972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엘리스네 집』『4를 지키려는 노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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