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힘 / 이은유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먼지의 힘 / 이은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33회 작성일 15-08-25 10:12

본문

먼지의

 

이은유

 

 

집 안의 딱지처럼 굳은 먼지를 발견하는데 십 년이 걸렸다

처음엔 흰 날개로 부유하다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을 먼지들

쌓이고 쌓여서 회색으로 변한 포개어진 먼지들

창 틈 모서리 그리고 맨 꼭대기

잘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한 십 년쯤, 먼지들은 시간의 습기로 검은 돌처럼 붙어 있었다

놀랍고 무서운 먼지의 힘한테 나는 질질 끌려 다녔다

닦아내지 않은, 먼지와 살아 온 십 년 동안 묵은 때는 진화했구나

딱딱하게 굳은 먼지는 잘 닦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생의 허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발견되지 않는 내 안의 허점들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은 먼지들이

집에 들른 사람들 눈에는 금방 발견되는 것처럼

남들이 아는 허점도 나는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잘못 살아온 날들, 잘못 생각한 것들, 잘못 내뱉은 말들

딱딱한 먼지보다 내 안은 더 검게 진화했을 것이다

캄캄한 심해보다 더 어두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먼지로 가라앉아 있을 거라고

나의 허점도 미세한 입자에서 거대한 암석으로 굳어있다고

먼지는 가르쳐주고 있었다

 

 


leeeunyoo-140.jpg

 

1968년 경기도 안성출생
1990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이른 아침 사과는 발작을 일으킨다』 『태양의 애인』

 

추천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3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0 0 10-26
13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5 0 10-26
13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4 0 10-25
13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6 0 10-25
13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0 10-24
13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3 0 10-24
13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 10-23
13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0 10-23
13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7 0 10-22
13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1 0 10-22
13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1 0 10-19
13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0 10-19
13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 0 10-18
13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5 0 10-18
13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8 0 10-18
13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3 0 10-17
13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0 10-17
13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0 10-15
13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0 0 10-15
13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9 0 10-15
13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8 0 10-12
13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1 0 10-12
13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9 0 10-10
13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0 10-08
13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0 10-08
13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4 0 10-05
13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0 0 10-05
13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1 0 10-02
13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0 10-02
13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5 0 10-01
13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2 0 10-01
13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0 09-28
13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6 0 09-28
13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0 09-27
13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0 09-27
13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0 09-21
13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8 0 09-21
13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6 0 09-20
13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0 09-20
13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9 0 09-19
13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1 0 09-19
13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8 0 09-18
13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4 0 09-18
13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09-17
13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 0 09-17
13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8 0 09-12
13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7 0 09-12
13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6 0 09-10
13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6 0 09-10
13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5 0 09-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