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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힘 / 이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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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34회 작성일 15-08-25 10:12

본문

먼지의

 

이은유

 

 

집 안의 딱지처럼 굳은 먼지를 발견하는데 십 년이 걸렸다

처음엔 흰 날개로 부유하다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을 먼지들

쌓이고 쌓여서 회색으로 변한 포개어진 먼지들

창 틈 모서리 그리고 맨 꼭대기

잘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한 십 년쯤, 먼지들은 시간의 습기로 검은 돌처럼 붙어 있었다

놀랍고 무서운 먼지의 힘한테 나는 질질 끌려 다녔다

닦아내지 않은, 먼지와 살아 온 십 년 동안 묵은 때는 진화했구나

딱딱하게 굳은 먼지는 잘 닦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생의 허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발견되지 않는 내 안의 허점들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은 먼지들이

집에 들른 사람들 눈에는 금방 발견되는 것처럼

남들이 아는 허점도 나는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잘못 살아온 날들, 잘못 생각한 것들, 잘못 내뱉은 말들

딱딱한 먼지보다 내 안은 더 검게 진화했을 것이다

캄캄한 심해보다 더 어두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먼지로 가라앉아 있을 거라고

나의 허점도 미세한 입자에서 거대한 암석으로 굳어있다고

먼지는 가르쳐주고 있었다

 

 


leeeunyoo-140.jpg

 

1968년 경기도 안성출생
1990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이른 아침 사과는 발작을 일으킨다』 『태양의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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