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낮은 상점의 옥상들 /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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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65회 작성일 15-08-27 09:30본문
지붕 낮은 상점의 옥상들
김예강
이 나머지 풍경 속으로 영 뛰어드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은 옥상에서 나머지 풍경을 마저 색칠한다
나는 건너편 가게 유리창에 빼곡한 낙서처럼 할 말을 버린다
옥상이 보여주는 나머지 풍경 중에
마네킹을 안고 의상들을 진열하는 옷가게
옷가게들이 모눈종이 칸에다
겹쳐지고 겹쳐지고 겹쳐져서, 골목들, 임대, 균일가, 세일
그러면 어쩌나,
전깃줄은 계속 빗금을 쳐서 곧 종이는 구멍이 날 텐데
지붕 낮은 상점의 옥상들
골목과 골목 속 상점들
어제 올린 간판 위로 오늘의 간판이 오르고
나는 겹쳐진 전깃줄 사이로
모눈종이를 접었다 다시 꺼내보지만
마네킹을 끌어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본다
옥상의 햇볕과 그늘 사이에서
다리가 녹슬어가는 가로수 사이에서
늘 공평한, 공정한, 엄정한, 노래는 삶을 위한 노래였던가 죽음을 위한 노래였던가
누군가의 손길이 구불구불 기어나오는 골목의
누군가가 버린 골목이
붉은 채로 이 건물을 다 태울지도 모르지만
나머지 풍경은 늘 옥상의 반짝이는 저 옷가게 안에도 있다
마음처럼
옥상은 옥상 위로 지붕보다 더 커다란 종이를 펼쳐놓고 나머지 풍경을 색칠한다
지붕 위 굵고 검은 전선 사이로
옥상은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나머지 풍경을 갖고 있다
1961년 경남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고양이의 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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